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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겨울, 따스한 온소바와 고소한 붕장어로 몸을 데우다(미미면가 신사점)
    카테고리 없음 2023. 12. 19. 08:48

     
    차가운 바람은 때로 청량한 느낌을 준다. 아직은 매운 추위가 아니지만 옷자락을 여미게 되는 겨울의 문간에서 따뜻한 소바 국물 생각이 나버렸다. 미미면가는 신사동에 두 곳이 있는데, 본점까지 가기에 조금 귀찮아져 더 가까운 신사점으로 걸어갔다. 


     
    미미면가 신사점
    자그마한 노포 같은 외양의(2012년에 열었으니 거의 노포로 가는 중일까) 본점과 달리, 신사점은 모던한 공간이었다. 겨울이니 당연히 온소바다. 냉소바를 먹을 수는 없다. 


    달큰하고 뜨뜻한 국물에 구수한 고등어구이 온소바를 먹을까, 바삭한 튀김옷과 채소의 향기와 즙을 동시에 맞볼 수 있는 가지튀김 온소바를 먹을까, 그도 아니면 부드러운 마즙 온소바를 먹을까. 주문하기 전에 약간은 망설여졌다. 마지막에 충동적으로 마음을 돌려 붕장어튀김 온소바를 골라버렸다. 고소한 붕장어살과 튀김가 온소바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다. 


     
    메뉴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식사를 하고 있던 두 사람도 그릇을 비우고 나갈 채비를 한다. 썰렁한 날씨 탓인지 휑한 테이블만 가득 있어선지 더욱 춥게 느껴진다. 붕장어 온소바는 금방 나왔다. 
     

    먼저 국물부터 떠먹었다. 기억 속의 온소바는 미지근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못됐나 보다. 국물이 꽤나 뜨거워 살짝 혀를 데었다. 다행히 조금 맛본 탓에 살짝만ㅡ 붕장어 튀김옷이 포르르 입자가 세밀하다. 튀김에 국물을 묻혀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한 튀김과 고소한 붕장어의 조합! 얼른 달달한 국물을 한 술 뜬다. 가쓰오부시와 아츠케즈리를 우려낸 육수가 메밀 면발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간다. 
     

    물컹하고 미끈한 식감 때문에 익힌 표고버섯을 좋아하는 쪽은 아니지만 국물에 향이 퍼져 맛을 더한다. 부추의 향과 국물에 적셔진 김이 중간 중간 섞여 단조로움을 피한다. 먹는 속도가 느려서 면이 점점 불어나 국물을 조금 더 요청한다. 뜨끈한 국물이 추가되자, 이제 시치미토가라시를 뿌려 얼큰하게 섞었다. 역시 한국인은 얼큰하게 마무리해야지 않을까.
     
    붕장어의 기운인지, 뜨거운 국물에 코를 박고 먹어선지 몸이 데워져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어두고 마저 식사를 마쳤다. 7-8년만에 와보는 미미면가에서의 온소바 한 그릇. 여름에도 들러서 냉메밀을 한 판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쌀쌀한 거리로. 
     


     
     
    미미면가 신사역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10, 지하 1층
            (바깥에서 입구가 잘 보이지 않으니 계단을 잘 찾을 것)
    운영 시간 11:30~21:30
    브레이크 타임 15:00~17:30
    * 미미면가 본점도 도보 7분 거리에 있다. 친절도는 상중하 중에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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