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적인 아름다움, 불꽃축제에 대한 단상기억 2023. 10. 13. 11:25
거창한 제목이다. 하지만 매년 가열차게 터트려대고 몰려가는 불꽃축제에 대해 한 마디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불꽃축제를 즐기려고 간 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련 행사를 멀리서 나마 참관하고 행사가 끝나기 전, 본격적으로 귀가 행렬이 시작되기 전에 돌아가려고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여의도 일대를 가득 채운 화약 냄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어두워진 밤하늘이 희뿌옇게 장막을 두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불꽃축제에 딱히 의견은 없었다. 다만 붐비는 곳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즐길 사람은 즐기고, 취향이 아닌 사람은 안 가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접하고 보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문제의식은 뿌연 공기 속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이건 아니다. 인간들이 단지 즐겁자고, 불꽃쇼 한 번 보자고 이 많은 비용과 (한화에서 약 70억 원 이상 지출하며 지자체 등 부대 비용을 추산하면 100억 원에 이른다고 함) 대기 오염과 쓰레기들을 생산하는 게 맞는 건가?
100만 명이 몰렸다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만 해당 일 쓰레기가 70톤이 나왔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한 달 평균 배출량이 10톤이라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더 불편한 점은, 즐긴 후의 사람들이 분리수거도 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쓰레기 산이었다. 이 쓰레기를 분류하고 버리고 치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야 한다. 놀러 온 사람들에게 밤에 나와서 꼬박 일을 하라고 한다면 흔쾌히 그러마고 할 사람이 있을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당신들이 먹고 아무렇게나 버린,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라면 더욱. 버릴 곳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많은 인파가 몰렸으니 하루 정도는 도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분리수거를 잘하고, 더러는 집으로 가져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일말의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물론 아름다웠다. 영상으로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축제나 행사 말미에 몇 번 터트려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업무적으로 그 공간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불꽃을 보게 되었을 때의 감상은 "뭐 멋있네"였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생각보다 볼 만한데?라는 감상도 있었다.
몇 년 전이었더라면 나도 이런 부정적인 평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꽃축제는 취향의 문제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기후 위기가 아니라 무서운 속도로 망해가는 지구와 환경의 울부짖음 속에서 여전히 구세대의 즐거운 놀이문화에 환호하며 몰려가 즐겨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정말로 즐거운지도 묻고 싶다. 아무런 불편함이나 불쾌감, 불안함이나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나라면, 아름다운 불꽃축제를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내년에는 불꽃축제라는 이름의 파괴행위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한 사람은 도망치고 싶을 때, 갈 곳이 없다 (1) 2023.09.05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게 (0)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