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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 계단: 아내가 죽었다(The staircase, 2004)
    다큐멘터리(해외) 2023. 10. 27. 13:03

    넷플릭스에 볼 만한 게 없나 훑어보다가 독특한 제목에 끌려 한 편을 보게 된 다큐멘터리가 대작의 냄새를 폴폴 풍길 확률은? 누가 보아도 화목해보이는 부부의 여유로운 하루가 마무리된다. 와인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웃음소리로 채워진 수영장에서의 시간. 행복한 시간이 붉은 피로 얼룩진 건 몇 시간 후의 일이다. 

     

     

    줄거리 요약

    말 그대로 피가 흥건했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사망해버린 아내의 피가 계단을 다 물들였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남편이 용의 선상에 오른다. 단순한 사고일까? 완벽하게 계획된 살인일까?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살고 있던 한 기업의 임원인 아내 캐서린과 남편인 소설가 마이클 피터슨 사이에서 2001년 12월 9일 일어난 실제 이야기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다. 나무계단은 갑자기 각도가 틀어지고 미끄럽기까지 해서 술 취한 사람이 충분히 넘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건이 밝혀질수록 기묘한 증거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에 반해 어설픈 검사측의 공격도 이어진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재판의 결과를 종잡을 수 없다. 

     

     

    감독: 장그자비에 드레스트라드(jean-Xaier de lestrade)

    장르: 실화 다큐멘터리

    회차: 13

     

     

    감독에 대해..

    프랑스의 장그자비에 드레스트라드 감독은 이 사건의 진행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했으며, 8년 후 다시 이들을 찾아간 감독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덧붙여 넷플릭스에 공개했다. 감독은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이 재판이 그렇게 드라마틱한 여정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6년 동안 찍었으니 여정은 여정이다만.. 온갖 증거와 상황과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헷깔리기 시작했다. 

     

    부부의 생전 모습은 내가 그려온 행복한 부부가 늙어가는 모습이었다.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책을 읽고 소소한 농담을 즐기고, 여전히 각자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인정을 받으면서 여유롭게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삶.. 누구라도 꿈꿀 법한 모습이다. 남편이 아내를 죽일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두 사람만이 있던 공간에서 일어난 일. (부부는 주로 둘만 있게 마련이다.) 

     

    행복했던 가족들의 모습. 지금은 둘로 갈라졌다..

    의문점(스포 있음)과 결말

    온갖 추정이 난무하고, 자녀들마저 분열된다. 언론은 이 사건을 '계단살인'이라 부르며 보도를 이어갔다. 마이클 피터슨이 전처와 함께 살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부부 중 아내쪽이 계단에서 실족사해 죽었다는 것은 기막힌 우연일까? 마이클이 남몰래 남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은 살인 동기가 될까? 그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이 범죄의 증거라고 할 수 있나? 아내는 정말 그 사실을 알고도 용인했을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부였다. 다 장성한 자녀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부부의 문제는 두 사람 외에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사망 사건인데 피가 너무 많이 흘러 바닥과 옷을 적실 정도였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나? 수많은 의문 속에서도 증거는 없고, 검사측 증거는 조작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사실이 밝혀졌지만 마이클 피터슨은 1급 살인 유죄를 받아 감옥에 수감 중이다. 

    허위 증거물이 제시되었다며 변론하는 변호사 루돌프

    16년간 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재판을 치르느라 재산을 모두 써버린 마이클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감옥에서 형을 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해온 마이클은 다시 재심에 나섰다. 이 오랜 기간 동안 변호를 맡아온 데이브드 루돌프 변호사는 늙어버린 피고인을 위해 일부 유죄를 인정하는 앨도프 플리 유죄 협상을 도출해 낸다.

     

    마침내 마이클은 감옥에서 나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됐다. 큰 저택도, 아내도, 그리고 가족의 반도 사라졌지만. 남은 여생을 약간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됐다. 

     

    느낀 점

    회차가 거듭될수록 엎치락뒤치락 상황이 바뀌고, 마이클이 범인인가 아닌가를 나름대로 판단해보려고 했다. 다큐가 끝나고 나서 몇 가지 고민 거리가 생겼다. 

    만약 마이클이 범인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 경제력을 소진시키며 한 사람의 여생을 파괴해버린 죄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더욱이 남은 아이들의 인생까지 뭉게버린 사건이다. 아이들은 엄마만 잃은 게 아니라 아빠도 잃었으며, 가족과 추억, 유산까지 잃었다.

    반대로 마이클이 범인이라고 해도 문제다. 아내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아닌 척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다가 (교도소에서 늙어버렸지만) 결국 자유가 되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아쉬움이 많아졌다. 이 절차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감정과 편견이 개입될 수 밖에 없지만, 그래서 더더욱 절차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죄 지은 사람은 제대로 벌을 받고, 죄 없는 사람은 상처를 치료 받는 데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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