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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살인을 하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살인 간호사를 잡아라(Capturing the Killer Nurse, 2022)다큐멘터리(해외) 2024. 8. 13. 13:55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보고, 관련 다큐멘터리 추천이 떠서 보게 됐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언론인 찰스 그래버의 장편소설이다. 연쇄 살인에 대한 2007년 최종 선고를 받은 간호사 찰스 컬렌의 이야기.
영화를 본 후에 실화가 궁금하다면 한번쯤 볼 만한 다큐멘터리다.
감독: 팀 트래스버 호킨스(jean-Xaier de lestrade)
장르: 실화 다큐멘터리
시간: 94분
감상: 넷플릭스
줄거리
처음 찰스 컬렌에 대한 의심을 갖고 문제 제기를 한 간호사, 찰스 컬렌을 멈추기 위해 내부 고발을 결심한 간호사의 인터뷰와 원작 소설을 쓴 찰스 그래버, 수사를 했던 검사와 형사, 그리고 환자(피해자) 유가족의 인터뷰를 함께 구성했다.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인 에이미의 고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의 마음이 더 피부에 와닿았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려고, 내가 살리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 환자에 대한 직업적 소명의식에 더불어, 사람이 사람에 대해 느끼는 유대감을 갖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 그들이 살리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한 순간에 파괴해버린 찰스 컬렌의 잔혹한 범죄행위에 간호사들은 분노와 슬픔을 드러냈다.
결말..
찰스 컬렌은 그의 환자 29여 명에게 인슐린, 다곡신을 주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11번의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며, 전문가들은 그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병원을 옮겨다니며 400여 명을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느낀 점
찰스 컬렌의 살인은 개인의 추악한 범죄이지만 병원 시스템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큰 수익 시스템인 병원이 그를 문제 삼고 싶지 않아서 다음 병원으로 다음 병원으로 던져버린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시스템이 하지 못한 일을 개인(간호사)와 신입 형사가 해결했다는 것 또한 깊은 인상을 줬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다. 체제가 썩었고, 시스템이 엉망이고, 사회가 부조리해도.. 대부분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더라도.. 세상을 나아지게 하거나 바로잡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허무주의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해외에서도 역시 간호사를 대체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환자 가장 가까이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간호사들의 일. 직업적 소명 의식과 자부심, 책임감이 없다면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가까운 동료를, 그것도 유능하고 성격 좋고 친절한 동료를 고발한다는 것, 그가 사실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한 개인의 혼란스러움도 느낄 수 있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다. 게다가 내부고발을 하기로 한 간호사의 실제 상황이 영화와 같았던 게 싱글맘이자 두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었던 것, 그리고 심근경색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던 것, 치료비와 의료보험 때문에 힘든 상황에 놓였던 것, 그리고 수사진을 도왔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배경이 같았다.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다음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나는 상황이 너무 안좋으니까.. 나 대신 더 상황이 좋은 누군가가 나서줬으면.. 하고 미뤘다면 찰스 컬렌은 여전히 그러고 돌아다녔을지도..
상황이 더 나았던 사람들도 다 모른 척 쉬쉬하고 다른 병원에 떠 넘겼으니 말이다.
* 영화와 비교
영화는 영화적 각색보다는 실제 사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고자 애쓴 작품이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영화가 실제와 꽤 비슷하구나. 작은 설정까지도.. 라고 느낌
** 영화의 좋았던 점
영화에는 찰스 컬렌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그에게 어떤 서사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나 자녀들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거짓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실화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전처나 자녀가 실존하지 않는데, 가정적인 사람이자 피해자로 보이기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이 좋았다. 실제로 가정적이고 다정하고 어떤 서사가 있건 그는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지킬 수조차 없는 약자를 해친 살인자니까..
게다가 연기! 실화에 가까운 영화(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정말 비슷했다)이기에 허구성 보다는 에디 레드메인과 제시카 차스테인의 열연에 박수를.
+
살인마인 찰스 컬렌과 소설가 찰스 그래버.. 이름이 같아서 글을 쓰는 동안 여러 번 잘못 쓰고 다시 고쳤다ㅎㅎ
함께 보면 좋을 작품
-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에디 레드메인,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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