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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2019)다큐멘터리(해외) 2023. 9. 22. 16:01
2017년 마약왕으로 악명 높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사유지었던 바하마의 한 섬에서 지상 최고의 음악 축제가 열린다! 기발하고 화려한 홍보로 기대를 모았던 파이어 페스티벌. 하지만 그림 같은 해변의 빌라도, 근사한 파티도, 모두 거짓이었던 버라이어티 대국민 사기극.
장르: 다큐멘터리(영화)
감독: 크리스 스미스
시간: 1시간 37분
Fyre 앱을 만든 사업가 빌리 맥팔랜드와 힙합 뮤지션 자 룰의 만남으로도 (미국에서) 유명했던 페스티벌이었다고 한다. 실상은 빌리 맥팔랜드라는 자가 쌓아올린 모래성이었다고나 할까?
빌리 맥팔랜드의 첫 사업은 매그니시스라는 기업이었다. 때깔나는 신용카드를 만들어서 발급해주고, 마케팅을 꽤나 힙하게 한 모양이다. 카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권이 주어지는 것 같은 이미지를 팔았고, 실제로 화려하고 프라이빗한 파티를 열어 젊은 부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공연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확장한 것 같다.
바로 페스티벌을 연 것은 아니고 파이어라는 연예인 공연 섭외 플랫폼을 만들었다. 나름 설득력 있는 게, 공연계에서는 여전히 알음알음 섭외(미국도 그런가 보다)하고 있다 보니, 지인에게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지인이 없으면 온갖 인맥을 총동원하는데 건너 건너 소개를 받다 보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고.
연예인 공연 섭외를 플랫폼에서 할 수 있다면? 내 생일 파티에 가수를 부를 수 있다면? 공연계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하다가 어떤 계기로 바하마의 섬을 구입했다는 빌리 맥팔랜드는 판을 크게 키워 페스티벌을 계획한다. (근데 이제 알고 보니 섬을 산 게 아니었음;;;)
하지만 관련된 경력도 없는 데다 일정은 다급하고 막무가내식 고압적인 리더십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던 빌리 맥팔랜드호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한다. 빌리의 병크로 처음 계약했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섬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 없게 된다. 이미 홍보를 다 해버린 상황. 이미지 마케팅을 한답시고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섭외해서 돈을 물쓰듯 써버렸고, 정작 페스티벌 시설이나 인력에는 제대로 돈을 쓰지 않았다. 엉망친창 파이어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불 태울 작정인지 점입가경으로 상태가 악화된다.
고객들은 25만 달러를 낸 초호화패키지를 구매했는데 허접한 비행기를 전용기랍시고 태워서 데려가서 진흙탕 속인 텐트 속에서 묵어야 했으며, 주최측의 부실운영과 보완 미비로 최악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당연히 페스티벌은 시작도 못했다..
진흙탕 속에서 온갖 벌레와 모기들이 번식해 그들만의 축제를 열었고, 식수 및 음식 등의 문제도 심각했다. 당연히 현지 인력에 대한 대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 받은 빌리 맥팔랜드는 석방 후 다시 허접스러운 사기극을 벌이고...)
다큐를 보고 난 후 찝찝한 마음에 기분이 안좋았다.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우드스톡 1999을 보고 났더니.. 부작용인지 이 정도는? 심각하진 않은데?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비슷한 환경에 놓였던 잼버리가 다시 소환된..ㅠㅠㅠ
***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주된 홍보가 이뤄졌는데, 이 사기 행각 자체도 굉장히 현대적이며, 시대를 반영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고 홍보해주는 인플루언서는 당연히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 광고를 보고 대중이 유입된다는 점이 그렇다. 게다가 인플루언서가 그것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 그렇다면 그것을 보고 대중이 설득 당하는 것도 대중의 잘못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한 형태의 크고작은 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유사한 사기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크게 망해서 그렇지 그냥저냥 진행되었다면 문제시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는 피해 액수의 크기만 다를 뿐 유사한 사기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임.
*** 부자들이 타겟인 사건
또한 파이어페스티벌 사건은 피해자들이 어느 수준 이상의 부유층이 다수였는데, 이는 대중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부자라고 해서 사기를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닌데, 보는 나조차도 '그래도 부자들이 흥청망청 놀려다가 당했네'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는 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고, 당시 미국 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이 부분도 고민해볼 거리가 되는 듯.
**** 페스티벌 트라우마
페스티벌 사건사고를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더 엉성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페스티벌 운영 쪽에 지인이 있는데 팀 자체도 (전체는 아니지만) 몇 달 전에 뽑아서 운영되는 인력이 많고, 헤쳐 모이다 보니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온갖 사건사고가 생기고, 어떻게든 대충 떼워서 페스티발만 개최하자!는 생각과, 일단 열어서 2-3일 뒤면 끝나니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한.. 티켓 자체가 그다지 싸진 않아서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안전이나 진행에 대해 믿고 가는 것인데, 의외로 위험한 장소가 페스티벌이었다.
앞으로 불안해서 페스티벌 가겠나 이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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